2004/05/22 06:43


지난 9월 문화관광부가 발표한 제 4차 일본 대중문화 개방안이 2004년 1월 1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일본의 영화, 음반, 게임 등이 전면 개방된다. 새해 첫날 서울에서 열린 일본대중문화 개방을 축하하는 일본 락밴드 튜브의 공연을 시작으로 일본 뮤지션들의 앨범 발매가 잇따르고, 콘서트도 줄이을 예정이다. 이에 대한 문화계의 시각은 다양하지만 국내 대중문화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기대가 크다.
음반시장 세계 제2위인 일본. 이 일본의 음악 씬에 ’80년대 후반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시부야계 음악을 이번 달 뮤크테마로 선정했다. 비록 일본음악의 전면적인 개방이 이루어진 건 올해 1월 1일부터지만, 이미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 음악팬들에게 시부야계 음악은 익히 알려져 왔고, 매니아층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어떤 이에게는 생소할 수도 있고, 또 어떤 이에겐 식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시부야계 사운드! 시부야계의 정체는 무엇이고 시부야 사운드를 들려주는 뮤지션들은 누가있을까.

시부야계(Shibuya-Kei)란?

지난 ’98년을 정리하는 스핀(Spin)지의 기획기사 중 ‘International Pop’부문에서는 프랑스의 일렉트로니카와 함께 시부야에서 일어난 새로운 경향, 시부야계의 약진을 주요하게 다루었다. 시부야는 일본의 수도 동경의 행정구역 중 하나로 쇼핑과 클럽문화가 발달된 젊은이들의 거리이다. ‘시부야’라는 지명으로 인해 시부야계 음악이라 하면, 보통 그 지역 출신의 뮤지션들이 만든 음악이겠거니 짐작할 수도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시부야를 중심으로 활동하거나 그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소비되는 음악들을 시부야계라 한다. 즉 문화, 패션의 거리 시부야에서 인정받고 사랑받는 음악들인 것이다. 서양에서는 시부야케이(Shibuya-kei, 케이는 ‘계’의 일본식 발음)로 불려지고 있다.

라틴, 디스코, 어반, 재즈, 프렌치팝, 스웨디쉬팝, 인디팝, 챔버팝, 하우스, 일렉트로니카, 버블검, 힙합 등 시부야계에는 온갖 복고 사운드에 대한 탐색과 함께 실험주의적인 성향 또한 다분하다. 이런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시부야계 음악에 대해 오리지널리티의 결핍이라고 비난하는 이도 있지만, 시부야계에서 우리가 매혹될만한 진취적인 사운드를 찾아내기란 어렵지 않다. 이들의 음악은 일본 뿐 아니라 해외 인디레이블과 인디클럽들을 주무대로 활동하며 영미 음반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플리퍼스 기타(Flipper’s Guitar)를 필두로 한 시부야계 뮤지션들

3년이란 활동기간, 3장의 정규앨범이란 결과물을 놓고 보면 다소 미흡해 보이지만 J-Rock, Punk가 즐비한 일본 음악계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매니아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등장한 시부야계의 출발점이자, 이후 등장할 시부야계 뮤지션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중요한 밴드이다. 원래 5인조로 결성됐으나 1집 이후 오자와 켄지(Ozawa Kenji), 오야마다 케이고(Oyamada Keigo)의 듀오로 재편된 플리퍼스 기타(Flipper’s Guitar)는 상업성, 음악성 모두 인정받았지만 음악적 견해차로 해체된다.


이후 오야마다 케이고는 시부야계의 상징적 레이블 트라토리아(Trattoria)를 설립하고 코넬리우스(Cornelius, 영화‘혹성탈출’의 Dr. Cornelius에서 따온 이름)라는 이름의 원맨밴드로 활동을 시작한다. 서양에서 ‘제2의 Beck’으로 평가받는 오야마다 케이고. 그의 앨범엔 문화적 잡식성 취향이 고스란히 담겨있는데 디즈니에서 블랙사바스까지 다양하게 공존하는 그의 사운드는 위트가 넘치고 전위적인 작품들로 문화적인 충격을 안겨준다. 또다른 멤버 오자와 켄지는 음악성과 대중성을 갖춘 앨범들을 발표해 호평을 받았고, 이후 노나 리브스(Nona Reeves), 키린지(Kirinji) 등 네오 시부야계 뮤지션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시부야계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뮤지션, 피치카토 화이브(Pizzicato Five). 올뮤직가이드에선 그들을 ‘시부야계의 대부’로 지칭하고 있다. “우리의 음악은 복고 패션 리바이벌, YMO, 플라스틱스(Plastics), 부치 콜린스(Bootsy Collins), 몽키스(Monkees), 앤디 워홀(Andy Warhol), 세르지오 맨데스(Sergio Mendes), 버트 바카라(Burt Bacharach)등에서 고루 영향받았다”라는 그들의 얘기처럼 어느 한가지로 규정지을 수 없는 피치카토 화이브의 음악은 음원 재구성(Cut & Paste)기법을 바탕으로 한 그들 특유의 시부야계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단순히 음악만 하는 것 이 아니라 예술개념을 도입하여 유행을 선도했던 그들에게는 ‘Fashion People’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음악적 특징으로 뮤지션들을 살펴보면 먼저 일렉트로니카 계열에서 눈에 띄는 재일교포 3세 토와테이(Towa Tei). 그의 음반엔 카일리 미노그, 비즈 마키 등 다양한 여성 게스트 보컬이 등장하여 그만큼 개성있고 독특한 음색을 창출해낸다. 그밖에 Minekawa Takako, Hi-Posi 등이 있으며, 힙합성향의 Scha Dara Parr, Tokyo No.1 Soul Set, Kaseki Cider, 애시드 재즈 성향의 Kyoto Jazz Massive, Theatre Brook, 프렌치팝 계열의 Kahimi Karie, Paris Match, Instant Cytron, 모던록 성향의 Oh! Penelope, Nakazima Ayumi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하우스를 바탕으로 깊이있는 클럽사운드를 들려주는 Towa tei, Fantastic Plastic Machine, Mondo grosso 등은 우리나라에서도 사랑받고 있으며 이미 내한하여 공연을 가진 바 있다.

그외에 해외파 뮤지션들중엔 쇼넨 나이프(Shonen knife), 뉴욕에서 밴드를 결성한 치보마토(Cibo matto)등이 있으며, 스코틀랜드인이지만 일본 출신 뮤지션들과 왕성한 교류를 가지며 음악적으로 시부야계로 분류되는 닉 커리의 일인 프로젝트 모머스(Momus)가 있다. 또한 시부야계 음악들을 모은 컴필레이션 앨범 Sushi3003, Sushi4004는 수많은 시부야계 뮤지션들의 성공적인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했다. 시부야계의 뮤지션 각각에 대해 더 자세히 열거하자면 마우스 스크롤하다가 지칠것 같아(^^) 그외의 뮤지션들은 설명보다는 아래에 선곡한 주옥 같은 음악들로 대신한다.

시부야라는 동경의 작은 동네에서 시작됐지만,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들려주는 사운드만큼이나 다양한 요소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시부야계 뮤지션들의 긴밀한 유대관계에 의한 발전, 초기 록큰롤부터 보사노바에 이르기까지 온갖 음악적 소재에의 다양한 실험성 등이 있을 것이다. 규격화 된 일본 메인스트림에 반기를 들고 인디신에 등장해 인디음악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음악적으로 당당히 ‘시부야계’라는 독립적인 이름으로 분류되지만 음악적인 장르로 규정짓기보다 영화, 패션 등 토털 아트 개념을 도입하여 트렌드를 주도하고 문화적인 아이콘으로 자리잡고 있는 시부야계. 적당한 음악 재료들을 뒤섞어 표면적으로 달콤하고 세련되고 포장해 놓았다는 비난도 있지만, 결코 수동적인 서방문화의 답습이 아닌, 누구도 흉내내기 어려운 그들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한 시부야계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짐작하기 어렵지만 지금껏 그래왔듯 뮤지션들의 성향에 따라 그들만의 새로운 사운드를 구축해가지 않을까.

지금까지 이야기를 풀어낸 시부야계 음악들을 초기 시부야 사운드에서부터 네오 시부야케이(Neo Shibuya-Kei)까지 사정이 허락하는대로 선곡하였고, 다소 이질적일 순 있으나 한국적 슈게이징을 보여주는 ‘전자양’의 데뷔앨범을 덧붙였다. 전 트랙이 홈레코딩 방식으로 제작된 이 앨범은 앨범자켓부터 음악까지 코넬리우스의 [Fantasma]의 나른하고도 우울한 감수성을 느낄 수 있는 앨범이다. 그밖에도 시부야계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국내 뮤지션들로는 디제이 소울스케이프(Dj SoulScape), 롤러코스터 등을 꼽고 있다. 해외 뮤지션들과의 교류가 잦은 시부야계가 우리나라 뮤지션들과의 교감도 잦아져서 우리나라 음악의 역수출에도 기여했으면 하는 바이다.

자, 이제부터 시부야 사운드 속으로 빠져들 시간!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기분좋은 일 가득하시길 바라며…



2004. 1. 2. 글 오세윤 a.k.a. 슈북슈북 가오리▶ 。˚。˚ ° ³ (luvbuzz@mukebox.com)

  

참고자료 - 이종현의 ‘대중음악 따져읽기:Shibuya-Kei’/ 딴지일보 '시부야가 머길래' (글 카오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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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himi karie - (we’ll go) separate ways

                                               

                                                  instant cytron - petit no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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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야케이 이미지는 네이버 이미지 검색을,,, 으흐흐

디자이너의 손길을 한번 거치니 깔끔하니 마음에 드는군.

고뇌했지만 작업이 잘 안되는 바람에 막판에 내용정리하고 음악을 선곡했던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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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판타스틱가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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