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5/22 07:06

 


『 음악은 공기와도 같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이 세상은 온통 음악으로 가득 차있기 때문에 우리는 원하는 만큼 음악을 받아들일 수 있다. - 에드워드 엘가 』

태양력을 기준으로 한해의 시작은 1월이 틀림없지만, 지리한 겨울이 막을 내리고 무채색이던 풍경에 입김을 불어넣어 화사하게 변신시켜주는 봄이야말로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계절이다. 입춘, 우수, 경칩 등 해마다 일기예보를 보다가 상기하곤 하는 절기들을 거치면서 봄은 서서히 자리잡는데, 봄바람·눈부시게 샛노란 담장옆 개나리·가벼워진 옷차림·촉촉히 내리는 봄비가 우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봄! 春! Spring! Printemps! Fruehling! はる! …

봄은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의 직장인에게도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지만, 학생들이야말로 두려움섞인 기대로 맞이하게 되는 계절이 아닐까. 시인 엘리엇에겐 그것이 4월이었으나 우리에겐 3월이었다. 나른함을 떨치고, 다시 소생과 순환의 사이클로 들어서기 위해 귀찮게도 몸을 움직여야 하는 그 잔인한 달 말이다. 묵은 교과서 대신 새책을, 새롭게 배정받은 학급,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 사이에서 시작하는 3월. 학창 시절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지나고 나면 그리움과 함께 미소가 그려지는 기억들. 그 기억의 한 조각을 이번 뮤크테마에서 건져올려 본다면…?

♬ 5교시, 우리는 지금 음악실로 가고 있다 ♬

다른 수업시간처럼 숨죽이고 경청하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시간 중 하나인 음악수업시간! 초등교육과정에서는 음악교과서를 ‘즐거운 생활’ 이라 부르지 않는가. 지겹게 그렸던 높은음자리표·가사보다 까다로운 계이름으로 노래부르기·왠지 불협화음 같지만 뿌듯하게 열창했던 돌림노래·반아이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치뤘던 실기시험·피아노를 안배웠어도 탬버린, 캐스터네츠, 트라이앵글 삼총사와 함께 당당하게 다룰 수 있었던 악기 리코오더! 아무리 불어봐도 바람빠지는 소리밖에 나지않아 좌절하게 했던 단소까지 음악시간 하면 떠오르는 잔상들….

우리가 배운 음악이론들을 어렴풋이나마 기억을 되짚어보면 음악의 3요소는 가락(Melody), 리듬(Rhythm), 화성(Harmony)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음악책을 펼치면 우리음악의 굿거리 장단부터 서양의 고대·중세음악, 르네상스, 바로크·로코코, 고전·낭만주의, 근·현대음악 등이 나와있다. 음악의 아버지 바흐와 어머니 헨델은 한 시절 주관식 답란을 풍미했던 지식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사실혼 관계냐고 반문하지 말길 ^^;) 구구절절이 음악이론들을 들추어내려는 것은 아니다. 물론 아는만큼 보인다고 이론에 대한 이해는 필요하다. 하지만 음악의 3요소나 서양음악사의 연대별정리 같은 것보다 특정음악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도록 노력하고 음악감상을 할 때 반응할 수 있는 풍부한 감정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헝가리의 음악가 졸탄 코다이는 "음악은 모든 사람의 것이다" 라고 말했다. 음악이야말로 인류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신의 선물이 아닌가.

그러나 교과서에서 다루는 음악은 현실에서 듣는 음악과는 거리가 있기에 늘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가곡, 클래식을 들으면서도 감동을 느낄 수 있고 결코 난해하거나 따분한 음악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정규교육과정에서 이수해야 할 교육적인 음악과 지극히 상업적인 대중음악 간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말이다. 우리가 문학시간에 시를 배울 때 시 한편에서 느낄 수 있는 감수성보다는 저자, 시의 주제, 운율 등을 강조하는 것처럼 겉핥기식 입시위주가 아닌 음악 본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들이라면 좋겠다. 2000년대에 도입된 가장 최근의 ‘7차 교육과정’ 음악 교과목을 살펴보니 이전에 비해 뮤지컬, 애니메이션 주제가, 가요 등 대중음악에 대한 수용이 폭넓어진 것 같다. 빽빽하게 늘어선 주요과목들 사이에서 빛을 발하진 못하지만 성장기 학생들의 감성을 적셔주는 음악시간의 가치와 효용이 좀더 커진다면 좋을 것 같다.


‘초록바다’에서 이선희의 ‘J 에게’까지!

동요, 가곡, 클래식, 팝송까지 초.중.고 음악교과서에 담긴 곡들을 각종 출판사별로 모아봤다. 몇몇 동요를 들으면 그 청아한 음색에 어린시절이 쉽게 떠오를지 모르지만 올드팝송, 클래식, 세계각국의 민요들을 들으면 의외로 생소할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동안 수많은 아티스트들에 의해 연주되고 불려진 음악들이기에 어떤 색깔로 입혀져서 나올지 알 수가 없다. 친구들과 불러보기만 했던 멕시코민요를 라틴 음악가들이 직접 연주한거며, 산뜻한 샹송으로만 기억되던 ‘오! 샹젤리제’가 펑크(Punk)밴드 버전으로 흥겹게 울려퍼지고, 예전엔 교과서에 실린 몇 안되는 팝송들 중 비틀즈의 ‘예스터데이’나 영화 ‘러브스토리’의 주제가를 발견하면 반가움을 금치 못했었는데, 새로운 교육과정으로 넘어가면서 추가된 다양한 팝송 등 새로움이 가득하니 말이다.

봄꽃이 만발했다가 눈깜짝할 사이에 지는 것처럼 다가올 봄은 결코 길지않은 순간이 될 것이다. 3월이 오면 아름다운 봄의 정경, 따스한 햇살, 사랑스런 음악들을 만끽하며 겨울동안 움츠러들었던 정신을 재충전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삭아삭 향긋한 봄나물처럼 싱그러움으로 채워질 새봄에, 학창시절 음악실에서 노래하던 모습을 떠올리며 한동안 잊고 지냈던 노래들을 음미해보면 추억이 배가될 것 만 같다.

『 나는 음악에 자유를 바라고 있다. 음악은 자연과 상상력과의 만남에 성립되는 것이므로 아마 어느 예술보다도 자유를 숨쉴 수 있을 터이다 – 드뷔시 』

그냥 가기 아쉬워서 덧붙이는 시 한편과 함께 향긋한 봄내음을 미리 맛보시길….


봄은 고양이로다 - 이장희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香氣)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生氣)가 뛰놀아라.


2004년 2월 27일.
글 오세윤 a.k.a.봄의왈츠속에 헤엄치는가오리 ▶ (luvbuzz@mukebo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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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차교육과정부터는 교과서에 별별 음악이 다 있구나

이선희의 J에게 라니 오호 나 저거라면 6살때부터 완벽하게 따라부르던건데 '▼'

이번 테마이미지에는 나의 사랑하는 괭이 사진을 넣어주어 아주 흡족했다

나비도 날라다니고 캬캬캿~ 냐옹이도 뛰다니면 더 좋았을걸 웅컁컁

정작 작업한 웹디언니는 고양이를 싫어해서 이미지 만드는동안

괴로워했다 -_-;

이 노래 발랄해서 좋다 따라부르게 만드는 중독성이!

영화음악이기도 한데 음  뭔진 기억안나. 

 singing nun - domin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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