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10월 11일 금요일. (1차 공연:10월 11 금, 2차 공연:10월 13일 일)

몇 벌 안되는 옷들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청바지를 꺼내 입고
티셔츠와 니트 베스트를 입고 (내가 기억하기로는)
집에 굴러다니던 고물 망원경을 들고 집을 나서다.

올해가 가기전에, 그리고 더 잊혀지기 전에 마이클 잭슨 내한공연에 대해 기억하기
Posted by 판타스틱가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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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8일 롯데시네마 AM 10:55

마이클 잭슨 This is it



사실 이 영화 보기전에 살짝 갈등했는데,
개봉 1주일이 지나자 집근처 영화관들에서 모두 영화를 내려버려서 더더욱 그랬는데 
역시 보고 오기 잘했다.

마이클 잭슨은 나에게 마법같은 존재인가보다.
나는 영화가 시작되고 10초도 안지나서  벌써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거짓말이 아니다.

하긴 마이클 잭슨은 고등학교 2학년때도 마법같은 존재였다.
커트코베인이 내머릿속 90%를 차지하고, 
그밖에 시애틀 그런지 사운드들이 나머지를 채우고 있을 무렵인 1996년,
마이클 잭슨의 내한공연 소식에 친구가 날뛰며 같이 공연을 가자고 꼬셔댔다.

그때 친구가 했던 말이 - 이번에 안가면 우리가 언제 또 이런 공연을 볼 수 있겠어-
지금 생각하면 정말 눈물나는 말이다.

어쨌든 친구에게 회유되어 내한공연 첫째날 잠실 올림픽경기장에 간 나는
가장 저렴한 티켓을 끊어 무대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왼쪽 스탠드 좌석에서
그의 공연을 보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화려하고 웅장하고 놀랍고 완벽한 퍼포먼스와
마음까지 흔들어놓는 마이클 잭슨의 노래에 반해
공연을 보면서 막 울어버리고
그 이튿날 공연까지 보고 싶은 마음에 집에 돌아와 초조해 할 정도로...
그렇게 나는 완전히 빠졌었다.

지난 6월, 잭슨의 사망 소식에 충격을 받았고,
동시에 살아생전 잭슨을 볼 수 있게 해줬던 그 친구에게 정말로 감사했다.
아직도 그의 죽음이 실감나지는 않지만 말이다.

10년도 훨씬 더 지났지만, 그때의 전율을 다시 떠올려주게 한 영화였고
그간 내가 잊고 지냈을 뿐이라는 듯 -
10년이 훨씬 더 지나서도 공연 리허설 필름만으로도 
여전히 나를 눈물나게 할 수 있고, 
가슴속의 뜨거운 그 무언가를 느끼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고
(물론 This is it을 보며 눈물이 나고 가슴속에 뜨거운 것이 치미는 건 그의 죽음과 무관하지 않다.)

그리고 여전히 그는 최고다.
Posted by 판타스틱가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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